JI KEUN WOOK
시각적 환영에서 신체적 가상으로
조경진, 2023
지근욱의 작업을 가장 단순하게 표현할 수 있다면, 그건 벡터(사선)와 만곡(곡선)이다. 이 두 요소는 그의 시각 언어를 구성하는 두 핵심 조형 자질이면서, 순전히 형식적인 기준이지만, 그의 작업 전체를 두 계열로 분류할 수 있게 만드는 조형적 기준이다. 간단히 말해, 그의 작업 전체는 벡터가 주요 자질인 것과 만곡이 주요 자질인 것, 이 둘로 구분할 수 있다. 이를테면, <곡선의 자리 Curving Paths>(2021) 연작, <진동수 Frequency>(2021) 연작, 그리고 이번 전시의 <임시의 테 Inter-rim>(2023) 연작이나 <상호-파동 Inter-wave>(2023) 연작은 모두 만곡을 주요 시각 자질로 구성한 것이며, 반면 벡터를 쐐기형이나 지그재그로 배치한 <유동하는 관 Fluxional Tube>(2021) 연작, 벡터를 방사형 패턴으로 구성한 <실제의 역동성 Actual Dynamics>(2019), <라그랑주 포인트 LP>(2022) 연작은 모두 작품을 형성하는 주요 자질로 벡터를 사용한다. 물론 조형 언어의 자질은 모든 언어에 내재하지만, 어느 누가 왜 다른 것이 아닌 바로 그 자질을 쓰는지, 그것을 어떻게 쓰는지는 그 자체로 그의 언어의 특수성을 보장한다.
이 두 자질은 지근욱이 고안한 형태 구성의 문법, 혹은 형성 원리에 따라 각종 반복 패턴이나 형태를 생산한다. 그 문법의 핵심은 반복이고, 반복을 하나의 통일된 전체로서 형성되도록 유도하는 특이성이 존재한다. 그 특이성으로 인해 반복은 이러저러한 형태를 만든다. 이를테면, SF 영화의 특수 효과(빛의 속도로 가속할 때)를 연상시키는 방사형 이미지, 톱니 패턴이나 벡터의 조합으로 구성된 다양한 입체 형태, 파동 형태와 굴곡진 곡면 등이 그것이다. 사실 그의 언어를 형성하는 자질에는 하나가 더 있는데, 그건 우리가 쉽게 밀도라고 부르는 것이다. 벡터와 만곡이 그의 언어를 구성하는 기초 단위라면, 밀도는 이 요소들을 화면에 배치하고 분배할 때 그가 주의 깊게 고려하는 자질이다. 이를테면 방사형 이미지의 경우, 벡터 선들이 모아지는 소실점 근처에서 거의 극한에 이를 정도로 밀도가 높고, 화면의 가장자리로 갈수록 성기다. 만곡의 파동 형태도 마찬가지다. 파동선을 반복해서 그을 때 그가 고도로 주의를 기울이는 일은 그 파동선 간의 특정한 간격이고, 그 간격 조절로 인해 밀도의 차이가 생기며, 그 밀도의 차이는 강도의 차이를 낳고, 색채 강도의 차이와 함께 특정한 형태와 공간을 창출한다. 특히 지근욱은 금번 전시의 <교차-형태 Inter-shape>(2023) 연작에서 자신의 언어의 핵심 문법이 이 밀도와 강도의 차이를 조절하는 것에 있음을 분명하게 자각한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이 형태들은 환영(illusion)과 가상(semblance)을 산출한다. 그의 작업에는 환영도 가상도 있다. 환영은 주로 3차원 공간이나 특정한 형태나 형식적 통일성으로 나타난다. 방사형 이미지에서 소실점의 깊이, 크고 작은 벡터의 교차나 응집에서 구(sphere), 쐐기 형태로 엇갈린 벡터 자질에서 3차원 톱니, 만곡의 파동 패턴의 간격 조절에서 만들어지는, 하나의 전체로서 굴곡면이 그것들이다. 이 환영은 이른바 착시를 유발하기에 그의 작업을 옵티컬 아트의 부류에 넣게 한다. 그의 작업이 옵티컬하다는 것은 그저 표면적으로나, 손쉬운 미술사적 분류에서 그렇다는 것뿐이니 옵티컬하다는 것만으로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것이 좋다. 이 환영은 작업의 결과이고 그것이 나타나는 한 방식일 수는 있으나, 그의 작업의 본질도, 그가 우리에게 보여주려는 것도 아니다. 그의 작업에서 환영은 우주와 사물의 실재가 양자적인 것, 전일적인 것임에도 우리의 의식에는 질과 연장의 재현적 세계, 이것과 저것이 서로 독자적인 객체성을 갖고 분리된 개별체처럼 보인다는 것과 같은 의미로, 그저 기초 자질들의 특정한 배치나 수행의 질서가 이러저러한 형태나 특수한 공간으로 나타날 뿐이라는 사실을 나타내는 데 그친다. 그는 이런 환영을 그것대로 용인한다. 그렇게 보인다고 해도 그것도 우주가 나타나는 방식이니 말이다.
이는 그가 보여주려는 것이 환영이 아니라, 가상이라는 점에서 더 그렇다. 운동, 더 정확히 말하면, 반복의 운동, 이것이 그의 작업이 보여주는 가상이다. 그의 작업에서 환영이 정적이라면, 가상은 언제나 동적이다. 동적인 것은 그 자체로 힘일 수도 있으며, 그 동적 움직임을 낳는 기저의 힘을 가정하게 한다. 어쨌건, 그는 늘 움직이는 세계에 관심을 가져왔다. 무용수의 움직임을 한 순간, 한 공간에서 바라볼 때 우리는 현재의 순간을 보면서도, 그 무용수가 거쳐온 과거의 경로와 나아갈 미래를 함께 본다. 현실화된 현재에 대한 지각과 지나간 과거, 앞으로 올 미래가 하나의 운동의 가상으로 지각된다. 현재의 순간과 가상의 운동이 함께 지각되는 것이다. 지근욱의 작업에서도 이러한 운동의 가상이 나타난다. 방사형 이미지는 단순히 방사형 패턴이나 깊이가 아니라, 빛의 속도로 무한한 깊이를 향해 앞으로 나아가거나, 무엇인가가 우리에게 그렇게 방출해 오는 운동이다. 쐐기형 패턴도 공간과 형태의 환영을 보게 되더라도 실은 상하좌우나 벡터적인 운동이며, 파동 패턴에서 굴곡면의 환영에서도 파동 패턴의 벡터적 진행이 주는 운동의 가상, 전체 곡면의 출렁거림의 가상이 나타난다. 이것이 그가 초기 작업부터 현재까지 운동을 직접 지칭하거나 관련된 단어들, 이를테면, ‘유동적인(fluxional)’, ‘역동적(dynamic)’, ‘확장하는(expanding)’, ‘경로(path)’, ‘회전하는(spin)’, ‘주파수(frequency)’ 등의 단어를 써 온 이유다.
그에게 환영이나 착시는 내적 질서의 운동이 스스로 어떤 객체적 통일성을 형성하고, 그 질서 잡힌 통일성이 우리 의식에 드러나는 정적 현상일 뿐이다. 그래서, 그의 작업에서 환영만을 보고 가상을 보지 못한다면, 이는 그의 작업의 반만 보는 꼴이다. 실제로, 그는 이 운동의 가상을 구현하기 위해 작업의 모든 세부를 세심하게 조작하고 연출한다. 기계적으로 산출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모든 선은 작가의 실제 수행과 동작으로 일일이 만들어진다. 이를테면 <유동하는 관> 연작에서 쐐기형으로 조합된 두 벡터는 끝점이 정확히 맞물리는 것도 있지만, 다양한 간격을 두고 대부분 미세하게 어긋난다. 그뿐 아니라 이런 어긋남은 다른 길이, 다른 색채의 배열에 의해 더 강화된다. 거시적으로는 규칙적 반복처럼 보이는 현상에 내재한 불규칙성과 그로 인한 유동성의 감각은 전체 작업을 단순히 통일적 형태의 환영이 아니라, 쐐기 패턴을 따라 유동하는 운동의 가상으로 만든다. 이런 방식은 초기의 방사형 작업, 2019년부터 출현한 만곡 작업, <진동수> 연작, 금번 전시에 나온 유려한 만곡 작업, <임시의 테> 연작에서도 공통의 제작 방식으로 쓰였다. 거시적인 수준에서 규칙적 패턴은 형태에 프래그난츠(pragnanz)를 부여하지만, 반면 미시적인 수준에서 형태나 색채를 불규칙하게 미분화하고 분절하는 방식은 그가 전체 형태를 단순한 환영이 아니라 운동의 가상으로 만들기 위해 택한 기술적 수단이다.
그의 작업을 볼 때면 곧바로 알아채지만, 이 운동의 가상에는 반복이 있다. 차이의 반복의 운동이라는 가상이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하겠다. 단순한 조형 자질과 요소의 반복, 기계적 반복이 아니라 미분화된 차이의 반복, 차이의 반복을 유도하는(혹은 태어나는) 단순하지만 특정한 질서와 원리, 반복 스스로의 운동, 그러한 반복 운동에서 창발하는 통일된 전체와 형태. 이것이 실상 지근욱이 자신의 작업에서 행하고 있는 일이다. 그는 우선 차이의 반복을 신체적 쥬이상스(jouissance)로 향유한다. 지리한 신체적 노동의 반복, 반복 그 자체를 감당하지 못하면 작업은 도저히 나올 수 없다. 때문에 그의 작업에서 반복은 추상적 개념의 반복, 동일성의 반복이 아니라, 행위와 수행의 반복이고, 실제 시간 속에서 무엇인가가 진행되는 반복이다. 그의 작업의 조형적 요소와 어휘들은 이 수행과 분리되어 있지 않다. 반복은 전혀 수학적이지도 기계적이지도 않다. 반복은 실제적이다. 반복의 운동에서 단 하나의 규칙이나 원리만 있다면 거기서 무엇인가 생겨난다는 사실, 이것이 지근욱이 오랫동안 매료되어 온 진실이다. 그는 이 단순한 진리에서 우주의 비밀을 엿본다. 들뢰즈가 설파했듯, 반복은 동일한 것의 개념적 반복이 아니다. 반복은 그 자체로 수축과 종합의 운동이고, 그 자체로 차이의 운동, 차이 발생의 운동이다. 반복이야말로 차이의 반복이고, 차이의 역동적 발생이다. 그의 운동의 가상은 여지 없이 이런 류의 반복이다. 예컨대 <임시의 테> 연작은 크게 보면 매우 단순한 형태지만, 그 안의 그라데이션으로 표현되는 밀도와 색채의 변화에서 오는 강도의 미분화된 차이의 반복은 상대적으로 느리게 보이는 운동, 회전, 너울 등 가늠할 수 없이 거대한 운동의 가상을 만든다.
이번 전시에서 그의 가상은 중대한 변화를 맞은 것으로 보인다. 기 작업에서 운동의 가상이 다소 시각적이었다면, 이번 전시의 <상호-파동>에서 가상은 시각적이라기보다 신체적인 것, 혹은 정동적인 것이 됐다. 그것은 시간과 공간을 거대한 아크 형태와 관객의 전체론적 관계로 통합하는, 리처드 세라 조각의 회화적 버전인 것처럼 보인다. 기존의 작업에서 가상은 소용돌이 패턴을 우리 눈이 쫓아갈 때 생기는 운동과 유사한 것이었고, 그래서 그 운동은 눈에 의존하고 한정되는 것이었다면, 이번 작업은 우리의 신체를 직접 작업의 중력장 안으로 끌어들여 우리 자신의 신체를 너울거리게 만드는 효과를 자아낸다. 이것은 은유가 아니다. 우리는 그의 작업에서 우리 자신의 신체가 그림의 파동적 장에 직접 영향을 받는 것처럼 느끼고, 동시에 어떤 공명이 일어나고 있음을 느낀다. 그래서 다른 작업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이 작업은 직접 몸으로 체감해야 한다. 그 가상은 그래서 신체적 가상이다. 제한적 눈이 아니라, 우리의 몸이 관여하고, 몸으로 체험되는 가상이다. 우리는 그림 앞에서 마치 바다에 뛰어들 듯, 반대로 말해 바다가 우리를 감싸 안듯 그림의 출렁거림에 몸을 맡길 수 있다. 그렇게 파동과 공명하는 순간 그림과 우리와의 경계는 사라지고, 나와 그림에서 안-사이(in-between)가 발생하며, 곧 정동을 활성화한다. 그의 작업이 언제나 반복의 수행성과 분리되지 않는 덕에, 거기엔 항상 그가 있었다. 반복의 리듬은 그의 눈과 신체의 운동 범위 안에서 그 자신의 정신적, 신체적 리듬에서 출현한다. 그는 자신의 리듬을 그림에 체화하는데 만족하지 않고, 관객마저 하나의 전일적 세계로 끌어들이려 한다. 그의 작업은 그의 신체적 수행에서 시작되어 관객이 작품과 공명하면서 완성된다.
모든 면에서, 기초 단위인 자질에서건, 형태적 어휘나 형식적 구조에서도, 수행과 제작의 방식이나 관객과 소통하는 방식 그 모두에서 그의 언어는 우리 시대의 것이다. 데카르트로 대표되는 근대적 세계는 우주의 기본 단위로 독자적 개체를 전제하고, 이 개체는 뉴턴의 절대적 시간과 공간 안에서 움직이며, 세계는 그들의 인과 작용으로 설명된다. 그리드 좌표계는 바로 그런 세계를 수학적으로 처리하는 최적의 모델이며, 캔버스를 회화적 그리드로 전제하는, 모더니즘 형식주의 회화는 근대성의 언어적 시금석이었다. 그 누구보다 몬드리안의 연역적, 환원적 추상은 그런 언어를 대표한다. 벡터와 만곡, 그리고 강도와 밀도의 조절만으로 만들어진 지근욱의 작업은 근대적 체계와 완전히 결별하고, 내재적 질서로서 홀로그래픽 전체성(Bohm), 차이 생성(Deleuze), 과정(Whitehead)의 세계에 밀착한다. 운동의 가상은 말할 것도 없고, 그의 회화적 형식은 형식적 연역과는 무관하며, 캔버스 프레임은 단지 물리적 장소의 제약일 가상으로서 회화적 장(field)은 회화 밖으로 무한하게 열려 있다. 일견 수직선으로 만들어져 벡터와 만곡의 규칙을 어긴 것처럼 보이는 <교차-형태> 연작도 그 문법적 핵심은 밀도와 강도의 조절, 그리고 그 차이가 만드는 공간적 진동에 있다. 강도는 그 자체로 차이이며, 다른 모든 강도적 차이를 자신 안에 내재하기에 하나의 강도는 내향적 펼쳐짐의 내재적 질서를 따른다. 이 내재적 질서 안에서는 외향의 재현적 세계도 결국 내적 질서의 외적 펼쳐짐이고, 외적 세계는 무한히 내적으로 펼쳐진다. 그것은 하나의 전체적(holographic) 세계이다. 만곡 패턴의 파동, 즉 즉자적 진동이건, 밀도와 강도의 진동이건 그가 바라보고 구성하는 세계는 양자역학이 제시하는 이 홀로그래픽 세계와 맞닿아 있다. 그 세계에서 하나의 전체로서 우주는 에너지의 장이며, 그 에너지의 국지적 파동과 흥분, 집중과 확산은 시간, 공간, 물질적 개체를 창발한다. 이것이 그의 작업에서 부분적 형태를 찾아볼 수 없는 이유다. 그의 작업은 언제나 하나의 파동, 하나의 운동, 하나의 가상, 결과적으로 하나의 전체로 주어진다.
이번 전시의 <상호-파동> 연작에서 ‘inter’는 두 별개의 파동이나 그 상호 작용을 강조하기 위함이 전혀 아닐 것이다. 근대적 세계가 ‘사이’를 비어 있는 것으로 가정한다면, 양자장의 세계에서 그것은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에너지가 덜 응집되고 덜 흥분된 상태일 뿐이다. 비어 있지 않기에, 사이는 오히려 토대이자 바탕이다. 그래서 그 개념은 버라드(Barad)의 ‘intra’라는 말에 더 가깝다. 파도와 파도 사이에 무엇이 있는가. 원래 하나의 전체로서 바다가 있다. 설사 상호작용이라 하더라도 여전히 그 작용은 바다 안에 있다. 그의 작업에서 두 파동은 서로 간섭하고 회절함에도 파도가 하나의 바다 안에 있듯이, 여전히 하나의 전체로서 장은 전혀 훼손되지 않는다. 그것은 하나의 전체로 너울댄다. 신체적 가상은 작가, 그림, 우리 자신의 파동이 하나의 전체로 공명하고 출렁거릴 때 느껴지는 고유 감각일 것이다.
From Visual Illusion to Corporeal Semblance
Jo Kyung Jin, 2023
The simplest terms to describe JI Keunwook’s work would be “vectors (diagonal lines)” and “curvatures (curved lines)”. These two elements are the key plastic qualities that constitute Ji’s visual language and function as the plastic criterion—albeit a strictly formal one—that allows his entire body of work to be divided into two categories. Simply put, his works can be distinguished into two types: one group of works that takes vectors as its main quality, and the other group that takes curvature as its main quality. For example, the Curving Paths (2021) series, Frequency (2021) series, as well as Inter-rim (2023) series and Inter-wave (2023) series presented in this exhibition are works that have curvature as their key attribute. On the other hand, works such as the Fluxional Tube (2021) series, in which vectors are arranged in wedge shapes or zigzags, or the Actual Dynamics (2019) and LP (2022) series, in which vectors form radial patterns, use vectors as the central compositional attribute of the work. Of course, all languages inherently have qualities of plastic language to a certain extent, but why a person chooses one quality over the other, and how that quality is used, confers specificity to his or her language.
The two qualities—vector and curvature—generate various repetitive patterns or forms according to the grammar of configuration or the formative principle that Ji has devised. Repetition lies at the core of this grammar and the singularity of Ji’s work arises from its capacity to yield a unified whole out of this repetition. As a result of this singularity, the repetition generates different forms: for example, a radial image that resembles the special effects in science fiction movies (when something is accelerated to the speed of light), various three-dimensional forms composed of cogwheel patterns or vectors, or wave forms and curved surfaces. In fact, there is one more element that constitutes Ji’s language, and that is what we simply call “density”. If vectors and curvatures are fundamental building blocks of his language, density is a quality that the artist pays close attention to when arranging and juxtaposing these blocks. In radial images, for example, the density peaks toward the vanishing point and becomes sparse toward the edge of the screen. The same applies to curvatures. When repeatedly creating the wave lines, the artist is particularly meticulous about the specific spacing between the wave lines. This careful adjustment creates a difference in density, which produces a difference in intensity, which together with the difference in color intensity generates a specific form and space. In particular, in the Inter-shape (2023) series presented in this exhibition, Ji seems to have clearly recognized that the core grammar of his artistic language lies in the modulation of these differences in density and intensity.
Moreover, these forms yield illusion and semblance. Both illusion and semblance exist in his work. The illusion usually appears as a three-dimensional space or as specific shapes or formal unities. The depth of the vanishing point in radial images, the sphere found at the intersection or aggregation of large and small vectors, the three-dimensional cogwheel formed by wedge-shaped vector qualities, or a unified curved surface created by modulating the spacing between the wave patterns of the curvature are examples of illusions. Because these illusions induce so-called optical illusions, Ji’s work is often categorized as optical art. However, one should be careful not to place too much emphasis on the opticality of his work, for the claim that his work is optical is only a superficial assessment or a facile art historical categorization. While the illusion may be a result of his work and a way in which the work manifests itself, it is far from its essence, nor is it something the artist intends the viewer to see. In his work, illusion signifies that although the reality of the universe and objects are quantal and holistic, they appear to our consciousness as representational worlds of quality and extensity, where this and that seem as separate entities with individual objectivity; the illusion merely reveals the fact that elemental attributes can appear as different forms or spaces through specific arrangements or orders of performance. The artist tolerates this illusion for what it is. For when something appears this way, it is yet another way in which the universe reveals itself.
This is all the more true in that what the artist aims to show is not illusion, but semblance. Movement—more specifically, the movement of repetition—is the semblance that his work reveals. The illusion is static in his work, while the semblance is always dynamic. This dynamic quality can be a force in itself and can suggest an underlying force that generates such kinetic movement. In any case, Ji has always been particularly interested in the world in motion. When we look at the movement of a dancer in a given moment and space, although what we see is the present moment, we simultaneously see the dancer’s trajectory of the past and his/her path into the future. Through the semblance of one movement, the perception of the actualized present arrives simultaneously with the perception of the past and the future. The present moment is perceived along with the semblance of movement. It is precisely this semblance of movement that appears in Ji’s work. The radial image is not simply a radial pattern or depth; it is a movement that moves forward at the speed of light toward infinite depth or a movement of something that radiates toward us in such a dynamic. The wedge patterns may create spatial or formal illusions, but actually, they are also up and down, right to left movements or vectorial movements. Similarly, in the wave pattern that creates the illusion of a curved surface, one encounters the semblance of movement created by the wave-patterned vectorial procession or the semblance of an undulating surface. It is for this reason that the artist has continued to describe his works—from the earliest to the present—in terms that directly refer to or are associated with movement, such as “fluxional,” “dynamic,” “expanding,” “path,” “spin,” “frequency,” and so forth.
For Ji, an illusion or an optical illusion is merely a static phenomenon in which the movement of an internal order forms a certain objective unity, and this ordered unity reveals itself to our consciousness. Hence, to see only the illusion in his work but not the semblance, would be to see only half of his work. To create the semblance of movement, Ji meticulously controls and designs every single detail in his work. Although the outcome may appear mechanically produced, each line is created by the artist’s actual performance and gesture. In the Fluxional Tube series, for example, where two vectors are combined in a wedge shape, while some pairs meet exactly at their endpoints, most others are slightly out of joint at various distances. Moreover, these cross-joints are accentuated by the arrangement of different lengths and colors. In a phenomenon that seems like a regular repetition when seen from a macroscopic view, one finds the embedded irregularity and experiences a sense of fluidity; this discovery renders the work not as simple illusions of a unified form, but rather as a semblance of movement that flows through the wedge patterns. This method of production can also be found in his earlier radial works, the curvature works that emerged in 2019, the Frequency series, the elaborate curvature works in this exhibition, and the Inter-rim series. While the regular patterns endow pragnanz to the form on a macroscopic level, the method of irregularly differentiating and articulating form and color is a technical means that Ji chooses in order to render the form into the semblance of movement, not a mere illusion.
The viewer immediately discovers in Ji’s work that there is a repetition in this semblance of movement. Or rather, it would be more accurate to say that in this semblance there is a movement of the repetition of difference. It is not a mere repetition of plastic qualities and elements or a mechanical repetition, but a repetition of differentiating differences, a simple but specific order and principle that induces (or engenders) the repetition of difference, the movement of repetition itself, and a unified whole and form emerged from this movement of repetition. This is precisely what Ji is implementing in his work. He first indulges in the corporeal jouissance of the repetition of difference. His work cannot come to fruition without enduring the tedious repetition of physical labor, repetition itself. Therefore, repetition in his work does not refer to an abstract concept, nor to the repetition of identity. It is a repetition of action and performance, a processual repetition that moves forth in real time. The plastic elements and vocabulary of his work are inseparable from this performance. Repetition is by no means mathematical or mechanical. Repetition is actual. If there is a rule or principle in the movement of repetition, it is that something will emerge from it. This is the truth that has long fascinated Ji. From this simple truth, he glimpses the mystery of the universe. As Deleuze explained, repetition is not a conceptual repetition of the identical matter. Repetition is in and of itself a movement of contraction and synthesis, a movement of difference in itself, a movement of the genesis of difference. Repetition is precisely this repetition of difference, a dynamic genesis of difference. His semblance of movement is undoubtedly a repetition of this kind. The Inter-rim series, for example, seems to take a simple form at large, but the repetition of the differentiating differences in intensity that result from the gradational variations in density and color generates the semblance of massive movements that are beyond comprehension—movements that appear relatively slow, or movements of rotation or undulation.
It seems that Ji’s semblance has undergone a momentous change in this exhibition. Whereas the semblance of movement in his earlier work was centered on visuality, in the Inter-wave series of this exhibition, the semblance has become more corporeal or affective than visual or optical. It seems like the painterly version of Richard Serra’s sculptures, which integrate time and space into a holistic relationship between the gigantic arc and the viewer. If the semblance in his earlier work was akin to the movement that occurs when our eyes trace a swirling pattern—therefore dependent and constricted to the eye—this work draws the viewer’s body directly into the work’s gravitational field, causing the body to swirl within it. This is not a metaphor. In this work, we feel our bodies being directly affected by the wave field of the painting and simultaneously sense the resonance emerging. The same can be said of other works, but this one in particular has to be experienced directly with one’s body. The semblance here is thus a corporeal semblance. It is a semblance that one engages with and experiences through the body, not just with the limited eye. As if we would plunge into the sea, or, conversely, as if the sea would engulf us, we can allow our bodies to submerge into the undulations of the painting. It is in this moment of resonance with the waves that the boundary between the painting and myself vanishes, an in-between is created, and affect is activated. Because Ji’s work can never be detached from the performativity of repetition, he is always present in his work. The rhythm of the repetition emerges from the kinetic range of his eyes and body, from the artist’s own psychological and corporeal rhythm. Ji is not satisfied with embodying his own rhythm in the painting, but goes so far as to draw the viewer into this holistic world. His work begins with his corporeal performance and is completed by the viewer’s resonance with the work.
In every aspect—be it the basic unit of qualities, the vocabulary of configuration, the formal structure, the performative aspect of its production, and the way the work communicates with the audience—Ji’s language belongs to our era. The modern world, represented by Descartes, presupposed the individual entity as the basic constitutive unit of the universe. This entity moved in the world of absolute time and space governed by Newtonian law, and the world was explained in terms of the causal actions of these entities. Here, the grid coordinate system served as the optimal model for the mathematical processing of this world, while the modernist formalism painting—which considered the canvas as a painterly grid—functioned as the linguistic touchstone of modernity. More than any other, Mondrian’s deductive and reductive abstraction best represents this language. Composed of vectors, curvatures, and the modulation of intensity and density, Ji’s oeuvre completely breaks away from this modernist system and adheres to the world of implicate order of holographic wholeness (Böhm), the genesis of difference (Deleuze), and process (Whitehead). Not to mention the semblance of movement, his entire pictorial form is irrelevant to formal deduction. The canvas frame is merely a boundary of the physical place, the pictorial field as semblance opens up to the vast space beyond the painting. Even in the Inter-shape series, which seemingly violates the rule of vectors and curvatures because it consists only of vertical lines, pertains to a grammar centered around the modulation of density and intensity, as well as in the spatial vibration generated by such difference. Intensity is in and of itself a difference in which all other intensive differences are immanent; consequently, each intensity follows the immanent order of implication—or inward enfolding. In this immanent order, the representational world of the external is but another form of explication—or outward unfolding and the external world unfolds infinitely inwards. This is a holographic world. Whether it is the waves of the curvature patterns, the vibration in itself, or the vibration of densities and intensities, the world that Ji sees and constructs is aligned with the holographic world suggested by quantum mechanics. In this world, the universe as a whole is an energy field, in which the local fluctuations, excitations, concentrations, and diffusions of energy make time, space, and material entities emerge. This is why there are no partial shapes to be found in Ji’s work. His work is always given as a single wave, a single movement, a single semblance, and ultimately, a single whole.
It seems clear that the term “inter” in the Inter-wave series of this exhibition is not used to refer to two separate waves or to emphasize the interaction between them. If the modern world assumes the ‘in-between’ space to be a void, the world of quantum fields does not consider it to be empty, but rather a space where the energy is less concentrated and less excited. Because it is not void, the in-between becomes a base and a foundation. The concept is thus closer to Barad’s notion of “intra.” What lies between one wave and another? The ocean as a whole. Even when two entities interact, the interaction occurs within that ocean. By the same token, in Ji’s work, the two waves interfere and diffract, and yet they remain in one ocean. The field as a whole remains intact. It undulates as a whole. The corporeal semblance is surely the proprioception of the artist, the painting, and us, resonating and undulating together in this wholeness.
Translated by Kim Shinu